<전남매일> 2017년 4월 26일자
문화면
관광지 묘사·공감가는 에피소드·세세한 감정 표현 눈길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 러시아로 불다’ 출간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여행 계획 짜기에 바쁜 요즘, 회사·공부·취업 준비 등으로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을 위한 ‘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 러시아로 불다’가 출간됐다.
극동에서 동부 유럽에 걸쳐 있는 러시아는 아르바뜨 거리, 붉은광장, 성 바실리 성당, 굼 백화점, 모이까 강 등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나라로 몇 날 며칠을 봐도 부족한 곳이다. 지금부터 간접적이고 직접적인 러시아 여행을 떠나보려고 한다.
네 명의 50~60대 중년 여성 ‘씨스뜨라’(‘자매’의 러시아 말)가 떠나는 12일간의 러시아 여행기. 저자는 ‘하늬·높새·갈마·소슬’이라는 단어로 친구들을 지칭한다.
여행가는 날 새벽 기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새벽 일찍 일어나 ‘집이 서울이었으면 공항에서 가까워 좋았을텐데’라는 저자 조정희의 속마음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다. 내용은 출국부터 러시아에 도착하기까지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해외여행 당시 느꼈던 출국심사의 긴장감도 느낄 수 있어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대리 경험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여행 중에도 이런 식의 전개는 계속된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한 묘사를 한다. 예를 들어 일반 여행기 책이라고 하면 성 바실리 성당을 보고 ‘성 바실리 성당이란 모스크바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물로 아홉 채의 독립된 예배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는 식의 정보와 설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색채와 모양, 조각과 무늬 하나하나를 글로써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성 바실리 성당의 양파 모양 지붕을 보며 ‘화려하다, 아름답다, 예쁘다’ 라는 한마디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더불어 녹색으로 칠해진 첨탑을 보고 운명이라 느끼며 신비롭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재미는 공감이다.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 친구들끼리 여행을 갔을 때의 심리 묘사도 볼 수 있다. 서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여행지에서 싸움 날 까 조마조마하며 눈치를 보는 모습은 친구들과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여행의 가장 힘든 점 중에 하나인 음식에 대한 공감도 할 수 있다. 느끼한 음식에 질려 한국 음식이 사무치게 그리운 때, 밥에 오이무침은 그야 말로 진수성찬 일 것이다. 저자 역시 된장과 고추장을 싸들고 갔으며, 여행지에서 라면 국물을 먹는 등의 모습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웃으며 공감할 부분이다.
여행 준비하는 과정부터 자신의 속내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여행기인지 소설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러시아의 문화·예술·역사·감정·에피소드가 모두 담겨있다. 여행기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맛도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맛도 모두 다 사로잡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화려한 건축물과 박물관 등 예술적 문화유산이 아름다운 러시아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표현한 점이 아쉽다. 저자는 여행 당시 느낀 점을 세세하게 글로 표현했다. 그것은 감정이 되기도 하고, 형태의 묘사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사진을 함께 봤으면 더 생동감 있고 러시아라는 나라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을 듯 하다.
여행 정보를 원하는 사람보다는 여행의 생생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북갤러리. 334쪽. 1만3,800원. /이보람 기자
전남매일
http://www.jndn.com/article.php?aid=1493132400235058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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