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꿈꿀 수 없는 '신계급'에 좌우되는 세상 해법은 공정한 출발선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어서일까,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청년실업 문제가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고 했지만 이제 경제 성장률마저 정체되고 있다. 지난 4일 '블랙 먼데이' 사태는 올해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높이고 있다.
 
정부 '노동개혁' 한계 지적   
 
금·흙수저로 갈리는 인생 
'출발선' 다른 경쟁이 문제  
기득권층 중심 '룰' 바꿔야

정부가 이른바 '노동개혁'이라며 추진하는 정책은, 노동계로부터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을 낮춰 비정규 노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젊은이들의 절망과 분노를 기성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회를 바꿔 나가야 할까?

고용노동부에서 다년간 일자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실업과 노동시장에 대해 고민해 온 '누가 나의 일자리를 빼앗았는가?'의 지은이는 시혜성 복지정책이나 기존 고용 환경을 악화시키면서 일자리를 나누는 식의 대책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스스로 일해 받는 월급으로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 당장 몇 푼의 돈으로 생계를 꾸리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의 이런 소박한 희망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지은이가 주목하는 것은 '신계급론'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수저론'과 맥을 같이하는 그의 계급론은, 부모의 자본 학력 권력이 자녀의 교육과 일자리 기회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불평등은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게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성장이 정체됨으로써 좋은 일자리는 더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는 것이다. 

기득권층이 틀어쥐고 있는, 쉽게 허물기 어려운 이 기회를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문제 제기는 많았지만 성공한 해법은 아직 없었다. 공정성이나 정의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는 일관된 정책흐름을 만들기 어렵고,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었다. 

지은이는 자본주의가 인류 역사상 최대의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즉 '경쟁'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이나 정부가 말하는 경쟁이 아니라,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공정한 경쟁'이다. 출발선이 다른 경주를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진입장벽을 무력화시키고, 누구도 시장 독점에 따른 이익에 안주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경쟁자를 유입시켜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얼핏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지은이의 생각은 공정성과 정의 같은 개념을 경쟁에 녹여 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가 말하는 3대 경쟁화 정책은 △기득권층에 속하지 못한 계층의 시장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시장 참여자 수를 늘리는 경쟁 우대정책 △시장 분야별 경쟁 참여자 수를 늘리는 경쟁 확대정책 △경쟁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다시 시장에 끌어들여 시장 참여자 수를 늘리는 재진입 정책이다.

지은이의 지적대로 경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지위에 오르면 후발 경쟁 참여자들을 시장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이런 본성과 속성을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사회의 법과 제도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려면 지금까지 기득권층이 틀어쥐고 있는 경쟁의 룰, 즉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은이의 참신한 정책 제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파이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진 기득권층의 반발을 감수하고, 법과 제도를 공정한 경쟁 구도로 바꿀 수 있는 정치세력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4·13 총선은 항상 투표율 하위권에 머무는 젊은 층의 참여가 절실하다. 참여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 서동윤 지음/북갤러리/343쪽/1만 5천 원.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