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농업 관련 글 쓰고파
         시간 보내기용으로 농사 짓겠다
        '농협인 34년', 평생 자랑입니다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짐작대로 털털하다. 술로 치면 막걸리 같다. 신문 나올 때 쯤이면 이미 회사를 떠났을 것이다. 직장은 삶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때로 정작 본인은 ‘멍에’로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처자식만 아니라면 그냥 확...” 그렇다고 월급쟁이가 뭐 뾰족한 수가 있나. 그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 ‘밥벌이의 지겨움’. 그러나 이남규 작가는 이 지겨움 가운데에 청량한 탄산수를 주고 있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과 업무처리할 때, 재미있는 글 등으로 소통하는 것이 톡 쏘는 맛이었을 게다. 직원들도 모두 다시 글을 볼 수 없어 아쉬워한다. 무엇보다 고마운 대상은 단연 가족이다. 귀촌해서도 계속 글을 쓴다니, 글은 좋아지겠지만, 밥벌이 없는 백수의 삶, '엉성한 가장' 과연 아내가 환영할까. 다음은 이남규 작가와의 이메일 인터뷰다.

- 마치 이력서 쓰듯이 출생부터 졸업학교, 직장 등 간단히 소개를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춘천에 있는 강원대를 졸업했습니다. 1982년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주로 강원도 춘천,홍천,횡성,평창에 근무했습니다. 주요 보직은 춘천교육원 교수, 춘천석사동지점장,평창군지부장,횡성군지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2012년부터는 농협중앙회 본부에서 신용보증기금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 34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의 귀촌을 꿈꾸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 농업. 농촌의 진솔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계속 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이 책 외에 2008년에 낸 에세이집 ‘개밥집 1호와 미싯가루의 전설’이 있습니다.

- 지금 하시는 일은, 아니 바로 퇴직하시는데, 그동안 농협에서 하신 일 소개를

농협에 34년동안 몸담고 있는 동안 정말 많은 업무를 하였습니다.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농업인들이 농협 등에서 대출을 받으실 때 담보가 부족할 경우 보증을 해주는 업무가 있습니다. 이 보증을 해주는 업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부서장을 하고 있습니다. 농협에 34년 근무하는 동안 많은 업무를 하였습니다. 우선 예금,대출,카드,보험 등 은행업무 전반을 담당하였습니다. 또 농협은 은행업무외에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주는 업무, 농사짓는데 필요한 영농자재를 공급하는 업무등이 있는데, 이런 업무도 했었습니다. 또한 농협자체연수를 위해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거기에 근무하면서 임직원을 가르치는 교수도 했었고, 직원들이 처리한 업무가 법규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감사업무도 했습니다.

▲ 이남규 작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모습이다.

- 농협 명퇴라고 하시는데 소감은

한 마디로 시원섭섭합니다. 항상 ‘목표달성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일종의 ‘멍에’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을 내려놓는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홀가분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제 젊음을 송두리째 바치고 정이 들대로 든 직장을 떠난다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합니다.

-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말씀 하신다면

34년의 직장생활을 무탈하게 보내고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게 도와준 직장동료, 가족, 지인 등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 가족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항상 엉성한 가장을 최고로 아는 아내와 딸,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숱한 많은 나날을 가정보다는 일터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낸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 명퇴 뒤 뭐 하실 건가요. 귀촌하시나요. 귀촌하시면 뭐 하실 건가요

우선은 ‘거안실업 대표’를 할랍니다. ‘거안실업’이 뭐하는 데냐고요? '거실과 안방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는 직업(?)'을 말합니다. 그리고 한 1~2년 후에 고향에 귀촌할 생각입니다. 그곳엔 아직도 어릴 적 친구들이 농사 짓기도 하고…. 그곳에서 돈 버는 데 목표가 있는 농사 말고, 시간을 보내는데 목표를 둔 농사를 지을 랍니다. 그곳에 어우러져 살면서 본 대로 느끼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또 무언가를 쓰기도 하면서….

- (책으로 돌아와서) 업무 연락하면서 이 글을 썼다고 하시는데, 글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단순한 업무연락만 하면 관심도가 떨어지고 뭔가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 준비는 주로 신문을 읽다가 메모나 스크랩, 책을 읽다가 메모, 일상생활 중 메모 등으로 글감을 준비했습니다.

- 왜 이런 글을 쓰셔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얼마나 쓰신 건가요. 직원들은 좋아했겠죠.

왜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냐하면 제 업무를 같이하는 동료직원이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자주 접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나지 않아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역시 ‘편지’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직원들도 “몇 번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1년 2년을 꾸준히 하다 보니 저의 진정성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그 동료직원들이 제 글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 농협 부장으로 근무하는 이남규 작가. 최근 34년 근무한 농협을 퇴직했다.

- 글 쓸 준비하려면 책도 신문도 많이 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시도 많이 보시는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글감을 얻기 위해선 역시 신문이건 책이건 독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급적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고 업무에 지친 직원들에겐 감성적인 싯구 한 구절이 몇 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종종 생각이 떠올라 메모지에 적고, 그것을 와이셔츠 윗주머니에 넣어두었는데 정작 필요해서 꺼낼라치면 이미 와이셔츠는 세탁되었고…. 이런 일이 수십 번은 되었을 겁니다.

- 글을 쓰니까, 뭐가 좋던가요

첫째, 심심하지 않다. 무언가 계속 생각하니까. 둘째,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하여 확실히 알 수 있다. 셋째, 나도 모르게 나에게 감동(?)한다. 나이 먹을수록 자신감이 떨어지는데 글을 쓰면 자신감이 올라간다.

- ‘똥피와 비광’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본인을 화투패에 비교한다면(죄송합니다)

화투패로 친다면 저는 흑싸리껍데기(4월 피), 돈 안되고 실속 없는 데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1991년도에 입주한 아파트에 21년째 살고 있습니다. 남들은 돈벌어 더 좋은 아파트에 사는데, 남들은 재테크에 관심 있는데 저는 글 쓴다고….

- 끝으로 농협 자랑 좀

제가 평생을 몸담았던 농협은 비판도 많지만 비판 못지않게 국민경제에 엄청난 역할을 합니다. 농협은 수익성 높은 엑기스 고객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농업인, 서민, 중소기업이 주 고객입니다. 그들의 생활을 돕는 사랑방 내지는 이웃 같은 은행입니다. 금융 외에 우리의 생존조건인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농협마크가 붙은 농산물은 믿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