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2008년 11월 23일자
슈스 / 문화면
[시집] 정끝별·백승우의 사랑노래
서울=뉴시스
◇와락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의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와락’)
198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인과 평론가로 활동 중인 정끝별(44)씨가 시집 ‘와락’을 냈다. 사랑은 주변에 사는 보통의 존재들까지 환하게 감싸 안는다는 의미를 내포한 이름이다.
정씨는 사물을 읽어내 다시 쓰는 일을 하는 시인의 숙명을 ‘표절’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꽃과 나무를 노래하고, 지구와 별을 노래하는 작업을 경쾌한 방식으로 명명했다. 4000만년 전의 별빛, 하루 저녁의 매미 울음, 잎눈을 매단 목련가지 속에서 ‘사랑’을 발견해 낸다. 144쪽, 7000원, 창비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사람과 꿈, 기억에 대한 그리움들을 시적 언어로 치료한다.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집이다.
사람과 사랑에 관한 시 72편과 삶과 꿈의 짧은 단상 44편을 엮었다. 상처와 아픔, 사랑과 치유의 방식들을 골고루 이야기한다. 사람이란 존재는 사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여기는 시인이다.
깊은 삶의 성찰이 묻어나는 글귀들 역시 시적 메시지로 전한다. 산문으로 전하는 삶의 지침들 속에도 시적 암시와 운율이 흠뻑 묻어난다. 그의 시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야기들이다. “노처녀에게 함부로 결혼에 대해 묻지 마라. 그녀는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세상에 떠밀려 가는 결혼이 아닌 운명에 떠밀려 가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100쪽)
백승우 지음, 167쪽, 9000원, 북갤러리
윤근영기자iamy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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