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신문

어린 소년이 있었다. 나를 위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동네에서 젖동냥을 하며 나를 키운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소년. 그래서 이 땅에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모의 헌신과 효도의 가치를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리겠다는 꿈을 꾼 소년.

어린시절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잠시 비관했지만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으로 극복한 소년은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평생 배풀며 살았다. 여기에 자신과 같은 운명의 아들을 가슴으로 낳아 길렀다. 바로 (유)신일고속관광여행사 김응두(75)대표의 이야기다.
병원에서 구급차 운전기사로 일하다 1980년대 여행업을 시작, 그가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는 현재 전북을 대표하는 여행사로 성장했다.

“그 당시 후배가 한명있었는데 그 후배가 서류만 제출하면 여행사를 쉽게 인수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때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벌이가 신통치 않아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일 지금까지 이어져 온것입니다"

이후 택시를 팔아치우고 시작한 여행사는 막상 인수하고 보니 실적이 하나도 없는 한마디로 ‘망한'여행사였다.

믿고 있던 후배에게 이런일을 당하고 나니 왠지 더 성공하고 마음가짐이 생긴 김 대표는 다시 작은 사무실을 만들어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창고나 다름 없는 곳에 책상 한 개, 전화기 한 대 놓고 김 대표 혼자 시작한 여행사는 20년 넘게 차근차근 사무실을 키워나갔고 지금의 사무실로 확장해 옮겨왔다.

“사기라고? 그래 좋다. 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제대로 된 여행사를 만들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버텼습니다. 지금은 그 창고같은 사무실이 있던 자리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끔 한 번씩 돌아보곤 합니다. 형편없이 초라한 곳이지만 저에게는 가족들을 책임지며 열심히 일을 하던 소중한 추억이 있는 장소니까요"

자수성가한 사업가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김 대표는 돌아가신 어머니 덕분에 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의 어머니는 쌀 한 말을 주고 어린 그의 생명을 거뒀다. 그는 어머니가 ‘가슴으로 낳은 아들'이었다.

“아버지 집안이 손이 귀한 집안이었던 것 같아요. 20대 꽃다운 나이에 또래 사람들은 다 자녀를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데 우리 어머니는 그런 평범한 행복도 누리지 못하고 살았거죠. 그래서 갓 태어난 아이 한 명을 데려다 키우게 됐는데 그게 바로 저입니다. 어머니는 친아들처럼 그보다 더 정성과 사랑으로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이런 사실은 김 대표를 방황하게 만들었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왔다. 언제나 천사와 같은 미소로 안아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 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 밑에서 농사를 짓다가 군대에 자원입대 후 제대한 그를 맞이한건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재와 쓰러진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저를 두고 세상을 떠나셨을 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깊은 슬픔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이십대 중반이었는데 지금 제 자녀들 보다 나이가 어릴 때였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저를 믿고 따라 와 준 아내가 있었고 제가 평생 책임져야 할 자녀들이 곧 생겨났습니다"

이런 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 ‘지금도 보고 싶은 우리 어메'는 우리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 그 사랑에 고마워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틈틈히 조금씩 써 놓을 글들을 모아 발간했다.

김 대표는 어머니에게 못다한 효도를 하기 위해 익산시 무의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효도관광 봉사를 비롯해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와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 또한 저와 운명이 같은 아들 한 명을 가슴으로 낳아 길렀습니다. 나중에 이 놈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이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 비밀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저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저 같은 사람과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도 많겠지만 그분들 모두가 뒤 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게 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