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2014년 10월 3일자
교육
고교생들의 인문학에 대한 고찰
본선에 올라온 8개팀 저마다 깊은 생각 인상적 질의응답도 적극 참여
인문학은 인간과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문학과 역사와 철학에 관한 학문이다. 인문학 속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성찰과 지혜, 그리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담겨져 있다.
석학들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이루는 인문학과 연결되지 않는 삶은 고단하고 빈곤한 생활의 연속일 뿐일 것이라 주장한다. 우리네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지려면 인문학 속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찾아내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시류를 따라 최근 인문학을 말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문학을 다루는 매체가 많아졌다. 심지어 인문학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마케팅, 금융 등의 경제 관련 분야 역시 인문학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문학에 대한 관심 속에서 최근 대구 시지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는 ‘2014년 교내 독서 나눔 발표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나를 바로 세우고 너와 소통해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문학’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활동해온 학생들의 발표무대였다. 대회 진행 방식은 팀별로 직접 선정한 인문학 도서를 읽고 독서ㆍ토론활동을 벌인 뒤 대상도서에 대한 이해와 심화를 바탕으로 발표를 한다. 팀별 발표시간은 10분이며 이날은 예선 35개 팀 신청자 중에서 예선을 통과한 8개 팀이 본선에 참가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외부 심사위원을 초빙했는데, 심사위원장을 맡으신 호산고 우창호 교장 선생님은 “올해 대구 지역 학교에서 처음 실시하는 대회인데도 발표내용과 활발한 질의응답을 보니 시지고 학생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3학년으로 구성된 ‘쌈빡’팀은 ‘소리 내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는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여러분, 데칼코마니가 무엇인지 아십니까?”라고 첫마디를 시작하는 ‘쌈빡’팀. 과거의 대한민국의 모습과 수년이 지난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하다고 설명하며 소리 내어 제 뜻을 펼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가 그리는 행복학교’라는 책을 바탕으로 교사를 지망하고 있는 5명의 여학생들이 ‘지인’이라는 팀명으로 한 발표 역시 인상적이었다. 고등학생이 생각한 ‘행복한 학생을 위한 행복한 학교란 무엇일까’에 대하여 깊게 고민해본 흔적이 보였다. ‘바리데기’팀은 남학생들이라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을 ‘여성차별’에 대해 묵직한 주제를 흥미롭게 프레젠테이션으로 진행해나가는 모습이 신선했다.
또한 이날 대회는 예상을 깨고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책과 ‘굿바이 게으름’이라는 책을 비교해 발표한 1학년 ‘형설지공’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는 예선 대회의 사전점수(스토리노트 심사를 통한 주체적 주제설정과 독서, 토론활동의 심층성)와 본선의 발표점수(발표의 명확성, 협동 및 참여도)를 합한 점수로 비록 1학년이지만 ‘게으름’에 대한 러셀의 개념을 여고생의 삶과 접목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최우수상 수상팀에 대해 “스토리 전개가 명확하고 도서를 단순히 소개하는 차원이 아닌 토론하고 공감한 부분을 전달하는 능력도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학생들은 매 팀의 발표가 끝날 때 마다 진행되는 질의응답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학생들은 ‘나를 바로 세우고 너와 소통해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인문학’에 직접 다가가는 기회를 가졌다.
글ㆍ사진=대구교육사랑기자단 대구 시지고 1학년 한해원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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