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서 강하고 빠른 직구를 흔히 돌직구라고 한다. 야구계 용어였던 돌직구는, 생각이나 느낌을 돌려 말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바로 말하는 것 정도로 파생 응용되고 있다. 대상과의 親疎나 彼我를 구분하지 않고, 소신과 신념에 따라 분명하고 신랄한 표명을 관철하여 유지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돌직구 정신일 것이다. 대한민국 법조계를 향한 2006년 이후 돌직구 정신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민경한 변호사의 '민변의 쓴 소리 바른 소리(2019. 1. 25., BG북갤러리)'란 제목의 책이 그것이다. 

저자는 1990년 개업부터 2005년까지 컬럼 모음집 '민변호사의 조용한 외침(2006년)≫을, 저자가 직접 경험한 여러 법조인들의 타성, 관행, 타락을 다룬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2012년)'을 일찍이 출간한 바 있는데, 이번 책은 2006년 이후 컬럼, 블로그, 인터뷰 등을 모아 엮은 세 번째 책이다. 나는 저자의 두 번째 책 '동굴 속에 갇힌 법조인'에 대한 서평을 2013년 1월 광주지방변호사회지에 '반듯한 발자취, 후세의 이정표'란 제하로 기고한 바 있는데, 이번 책에 그 서평도 실려 있어 반가웠다. 나로서도 새삼스러운 그 서평의 마지막 문장은 ‘이 책은 저자의 반듯하며 정갈한 걸음걸음의 기록입니다. 저는 위와 같은 저자의 이력을 뒤따르며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로 끝맺고 있는데, 지금 읽어 봐도 더도 덜도 아닌 저자에 대한 내 진심의 문장이다. 

저자는 어떨지 모르나 나로서는 저자와 인연이 각별하다. 3년 법무관을 마치고 고용변호사 1년여를 끝낸 다음 막 개업한 2004년 여름, 저자는 신출내기 변호사인 나를 부러 불러내 식사를 사 주면서 광주민변 제1,2대 지부장으로서 민변 가입을 권유해 주셨고, 2006년 서울로 사무소를 이전하셨지만 틈틈이 안부를 물어 주셨으며, 내가 광주민변 제9대 지부장을 지낸 2년간(2016년∼2017년) 멀리서지만 굵직굵직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셨다. 그리고 최근 고향 목포로 사무소를 이전한 내게 날카로운 시장 분석과 함께 따뜻한 덕담도 해 주셨다. 

아마 이와 같은 인연은 나 뿐 아니라 광주민변 50여명 회원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래서 우리 광주민변 회원들은 2014년 9월 창립 15주년을 맞아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감사패를 수여한 바 있다. 

[누군가 광주 민변 정신과 역사를 묻거든/우리는 주저 없이 당신을 바라보게 하겠습니다./당신이 1999년 9월 참신한 동지들과 뜻을 모아 만든 우리 모임에서/관행에 타협하지 않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바람직한 법조문화를 향해 걸었던 실천과 고민을 듣고 보고 전하도록 하겠습니다./우리는 당신이 보여 준 돌직구 정신을 이어 받으면서도/그 순수정신이 진부화?박제화되지 않도록 시대요청에 어울리는 현실감각도 항상 유념하겠습니다./당신이 뿌려 놓은 광주 민변정신을 기념하며, 무한 감사의 뜻을 모아 이 패를 드립니다.] 

이 책은 크게 네 묶음(법조 광장, 사건 단상, 사회 프리즘, 인터뷰와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국 논의 대상은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대법원, 검찰, 대한변협, 노동부, 경찰, 대기업 등 司法 관련자들에 관한 것이고, 궁극적 비판의 대상은 권위 의식, 허례 의식, 향판 제도, 패거리 문화, 이익 단체화, 원칙이 아닌 관행이란 이름의 부조리에 있으며, 그 비판을 통한 司法에 관한 原則으로 초점화 된다. 이 책의 부제 '왜, 나는 분노하고 기록하는가'처럼, 저자는 卽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지만, 그 비판과 분노 너머에는 梵我적 충정과 사랑이 있기에 따뜻하고 건설적이다. 사랑 없는 분노는 우악스럽기만 하고, 분노 없는 사랑은 무력하기만 할 뿐이지만, 사랑을 향한 분노, 분노를 낳은 사랑은 미덥고 듬직한 면이 있다. 저자는 이번 책이 마지막이라고 하였지만, 내가 보기에 저자의 우리 법조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사법 원칙에 대한 사랑은 멈출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네 번째 책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