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령 지음 | BG북갤러리 | 255페이지

한복용 지음 | 북인 | 254페이지

수필 속에는 위트, 유머, 인생, 사랑, 슬픔, 아픔 등 우리 이웃의 인생사가 담겨있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쁨을 얻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한다.

늦가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감성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내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긴 수필집 두권을 소개한다.



낙타, 3막을 열다

▲ 낙타, 3막을 열다

‘낙타, 3막을 열다’에는 대한민국의 어머니로, 며느리로, 아내로, 스승으로 바쁘게 걸어온 한 여인의 함축된 인생의 생활사가 담겨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작가로 등단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해 온 작가가 그간 살아온 삶의 편린들을 모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낙타로 비유해 ‘그리움’과 ‘생각’ 그리고 ‘늪에 빠졌다’가 새로운 ‘3막을 연다’는 순서로, 모두 4부로 구성했다. ‘제1부 낙타, 그립다’에서는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의 지난 추억이 지금의 가족과의 일상생활을 통해 그리움으로 묻어나, 자식이 또 부모가 되는 대물림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과정을 그리며, 며느리와 딸로 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절절한 글로써 표현했다. ‘제2부 낙타, 생각한다’에서는 자녀들의 입장에서 고인이 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모은 ‘추석, 할머니 생각’ 시리즈와 그 외 동심을 자극하는 시(詩)를 통해 작가의 글쓰기의 다양성을 한껏 보여준다.

‘제3부 낙타, 늪에 빠지다’에서는 부모의 죽음과 이별 그리고 생활 속에서 여성으로서 겪은 온갖 어려움(외로움, 그리움, 서글픔, 초라함, 두려움)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또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낙타의 발걸음에 담아 담담하게 적었다. ‘제4부 낙타, 3막을 열다’에서는 조상의 산소 옆에서 다친 어린노루를 집으로 데려왔지만 치료를 못해 죽게 했던 아픔 속에서 먼저 간 시어머니(자녀들에겐 할머니)가 되살아온 듯한 느낌을 받고, 문학여행길에서 과거의 복잡한 속내가 오버랩되면서 작가의 복잡한 심경과 좌절이 엿보이지만 기어코 모든 걸 맞서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꿈을 향해 재출발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지만 굴복하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작가의 시선 속에서 세상을 향한 따뜻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

▲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는 저자가 화원을 운영하면서 만난 인상 깊었던 사람들과 에피소드, 우애를 나누며 살던 여덟 남매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수많은 꽃을 기르고 예쁘게 꽃꽂이를 해야 하는 본업과 다르게 성인 남자도 도전하기 힘들다는 마라톤 풀코스를 수차례 완주했으며 거칠고 위험한 산길을 달리는 산악자전거(MTB) 타기도 즐기는 열정적인 스포츠마니아이기도 하다.

저자의 글은 플로리스트이니 만큼 섬세하다. 또 마라톤과 산악자전거를 좋아하는 만큼 거침이 없다.

저자는 글을 쓰기에 앞서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넓게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늘 써야 한다. 시선을 넓게 멀리 둬야 한다. 무엇보다도 역사의식이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 사, 철의 인문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책 속에 밝히기도 했다.

이번 책에는 화원을 운영하며 만난 인상 깊었던, 엄마 생일 선물로 장미꽃을 사러온 장애인 소녀 자매들과 오해로 빚어진 단골 손님과의 에피소드는 물론 세상을 먼저 떠나신 부모님과 우애를 나누며 살아가는 여덟 남매 이야기, 문인과 동창 등 여러 지인들과의 이야기 등 저자와 사소한 인연이라도 닿아서 마주치게 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담은 글들이 실려 있다.

특히 표제작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에서는 장마가 지난 뒤의 이른 아침 아파트 11층 베란다에서 제 색깔을 찾은 강물을 바라보며 느낀 감성을 통해 ‘모든것은 흐르고 있다’는 ‘흘러간다’는 달관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흐르고 있다’는 그것뿐이 아닐까. 아파만 할 일도, 그렇다고 안도할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송시연기자/shn8691@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