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일보> 2008년 1월 18일자 <문화면>

한국전에서 살펴본 소부대전투의 모든것

소부대 전투기술<러셀 구겔러 지음 I 북갤러리>


아무리 첨단무기가 맹위를 떨치는 시대라고 해도 전쟁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보병의 몫이다. 보병 중대급과 소대급의 전투에서 이기지 못하고는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소부대들의 전투는 무기의 성능 못지 않게 각개 병사들의 사기나 전투 기술의 숙련도,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승패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이때 교범에서 제시하는 전술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으로는 실전 대비에 부족하다.

실제 소부대전투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돌발적인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전술에 대한 본능적인 이해와 임기응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이라도 육군 과학화전투훈련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실제 전투라는 것이 수많은 결단과 고뇌의 연속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미 육군 포병장교로 한국전쟁 참전 경험도 있는 러셀 구겔러가 집필한 ‘한국전쟁에서의 소부대전투기술’(Combat Action in Korea)은 이 같은 소부대 전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전쟁사 서적과 달리 소부대전투를 이야기 형식으로 접근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투 중 각 병사가 어떻게 행동했고 그것이 전투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총에 맞은 병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 실제 전투 현장의 모습을 마치 동영상으로 녹화한 듯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지평리전투 등 한국전쟁 당시 미 육군이 수행한 주로 중·소대급 전투 사례 19가지가 담겨 있다. 기본적으로 보병이 수행한 전투사례가 중심이지만 포병 포대급 부대의 하차전투나 포진지 방호전투, 전차 중·소대급의 전투 사례도 포함돼 있다.

‘한국전쟁에서의 소부대전투기술’에서 다루는 전투는 미군이 승리한 사례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긴 전투를 다루더라도 화려한 승리가 아니라 악전고투를 보여주는 사례가 더 많다. 중대의 철수작전이나 소대급 부대의 전투정찰 임무 수행 사례에는 공포, 혼란, 고통, 슬픔 등 전장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전장의 실상을 가감없이 전달함으로써 소부대 전투의 실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950년대 중반 미 육군협회를 통해 최초로 출판됐던 ‘한국전쟁에서의 소부대전투기술’은 자매편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에서의 전투지원’(Combat Supprt in Korea)과 함께 명저로 손꼽혀 왔던 책 중의 하나다. 이후 소부대 전투를 이해하는 데 적합한 탁월한 책으로 인정받아 1970년 미 육군전사연구소(CMH)에 의해 미 육군의 공식 전쟁사 간행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병학사를 통해 1977년에 번역 출간된 적이 있으나 30년 전에 출판된 탓에 현재 시중에서 신판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마침 현역 육군 장교인 조상근 씨가 새롭게 번역본을 출간해 한국전에 대한 ‘명저’를 다시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출간된 번역본은 지도를 원색으로 편집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군의 전술교리에 맞게 전훈을 각 장별로 간단하게 요약하고 있어 소부대 전투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자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순히 원문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 아니라 소부대 지휘자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원문의 큰 줄기를 유지한 채 한국군 전술교리에 맞춰 내용을 구체화하는 등 편역 수준의 내용 보강이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02-761-7005.

2008.01.18 김병륜기자 lyuen@dema.mil.kr